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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르포] 부산-경남, ‘맑은 물 공급’ 무엇이 문제인가?

자자체는 물 공급에 찬성...최우선은 주민 동의가 중요

[데일리21뉴스]손정남 기자= “아이고, 부산에 물 주이소. 물 줘도 됩니더. 우리 농사짓는 데 지장만 안 주면 됩니다.”

 

부산 시민들에게 낙동강 물을 공급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의령군과 창녕군 주민들의 반응이다.

 

의령군과 창녕군은 환경부가 추진하는 ‘낙동강 맑은 물 공급’ 사업의 주요 취수지역으로, 그간 여러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지역 주민들이 부산지역에 물 공급을 반대하고 있는 것처럼 내비쳤으나, 현지에서 직접 취재한 결과, 실제로는 의령군과 창녕군의 지자체는 물론, 농사를 직접 짓는 농민들까지도 물 공급에 대한 반대 목소리는 찾기 어려웠다.

 

관련 지자체의 한 관계자는 “사실 부산 시민 중 3분의 1이 경남 출신이다. 이곳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누구의 부모님이자, 자녀 등 가족인데, 부산으로 맑은 물을 공급한다고 해서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라며 반문했다.

 

언론 보도와 소문에 따르면, 지역 주민들이 물 공급 자체를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했지만, 현장의 상황은 전혀 달랐다. 실제로 지역 주민들은 “물은 가져가되 농사에 피해만 없게 해달라”, “만약 피해가 발생한다면 적절한 대책만 마련해주면 된다”라는 것이다.

 

지자체 역시 부산에 물을 공급하는 것 자체에는 찬성하는 분위기이다. 다만, 물 공급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피해나, 관련 민원만 없기를 바랄 뿐이었다.

 

지역 주민도 지자체도 다른 지역으로 물을 공급하는 것을 크게 반대하지 않는 분위기인데, 왜 이렇게 부산, 경남 간 갈등으로 내비쳤을까.

 

부산과 경남 간 물 공급 ‘불협화음’...그 진실은?

 

그렇다면 부산과 경남 간의 물 공급과 관련한 불협화음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지난 4월 15일, 부산시와 의령군이 맺었던 맑은 물 공급 상생 협약이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 등의 반발로 인해 협약 체결 후 2주 만에 취소됐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협약 체결 이후 의령군 취수지역 주민대책위원회와 일부 환경단체가 강력히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의견 수렴과 주민 동의 절차 없이 협약이 이루어졌다며 협약 취소와 군수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의령군은 이번 협약 취소와 관련해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 사업과 관련한 검토 과정에서 군민과 사업 시행지역 주민들의 이익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며 해당 지역 주민에게 사과하며, 협약을 철회했다.

 

취재 결과, 실제 물 공급을 반대한다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그날 참여한 주민 중 다수는 물 공급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자회견에 참석했다는 한 주민은 “그날 이장들이 거의 다 오시긴 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참석하신 사람들이 대다수다. 물 공급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다 합쳐서 3~4명도 안 된다. 그런데 그들도 지금은 농사일로 물 공급을 신경 쓸 겨를이 없다”라며 당시 기자회견장과 현재 주민들의 반응을 설명했다.

 

실제로 해당 기자회견은 의령군 취수지역 주민대책위원회와 일부 환경단체가 주민 의견 수렴과 동의 절차도 없었다며 협약 취소와 군수 사퇴를 요구하며, 물 공급을 강력히 반대했다.

 

의령군은 이번 협약 취소와 관련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 사업과 관련한 검토에 있어서 군민과 사업 시행지역 주민들의 이익을 최우선 과제로 하겠다"며 해당 지역 주민에게 사과했다.

 

아울러, 부산 서·동구 지역구의 곽규택 국회의원 등 20명이 부산과 동부 경남 지역 주민의 숙원사업인 맑은 물 공급을 위해 ‘낙동강 유역 취수원 다변화 특별법안’을 지난 6월 26일 공동발의 했다.

 

이에 대해 경남도는 특별법안에 지역 주민의 동의가 전제되고, 물 공급 과정에서 신중하고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내용이 충분히 반영돼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특히, 경남도는 '물 관리기본법'에 따른 정부의 통합물관리 심의·의결한 합의사항이 지켜지지 않고 일방적으로 사업이 추진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내며, 반대 입장을 밝혀, 결국 국회의원들은 해당 법안을 철회했다. 하지만 이들은 조만간 국회에 재발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산시와 경남도가 행정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낙동강 맑은 물 공급과 부산항만공사 명칭 변경을 둘러싸고 신경전이 잇따르고 있다.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맑은 물 공급’의 핵심은 주민 의견과 동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정부·지자체·시민·환경단체 등 모두가 ‘민심’ 즉, 지역 여론을 대변하듯, 전면전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주민 전체의 목소리를 듣는 ‘여론 조사’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각자의 목소리만 높이고 있다며 지적하고 있다. 민심보다는 정치적, 지역 이기주의로 지역 현안 해결에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부산시나 경상남도가 가장 먼저 추진해야 하는 부분이 바로, 지역 주민의 의견 수렴일 것으로 보인다.

 

낙동강 유역 맑은 물 공급체계 구축사업, 그 배경은?

 

환경부가 추진하는 ‘낙동강 유역 맑은 물 공급체계 구축사업’은 1991년 페놀 사태 이후 부산과 동부 경남 주민들의 먹는 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시작된 취수원 다변화 사업이다. 이 사업은 1994년 본격적으로 추진됐으며, 이후 국토부와 환경부, 부산·경남권 지자체 간의 협력으로 낙동강 물 문제 해소를 위한 다양한 방안이 논의됐다.

 

특히 2018년 물 관리가 환경부로 일원화된 이후, 정부는 2021년 낙동강유역물관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낙동강 통합물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이에 따라 낙동강 유역 맑은 물 공급체계 구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부산시는 2019년 오거돈 전 시장의 ‘물 독립’ 선언 이후, 현재까지 맑은 물 공급을 강력히 추진해 오고 있다.

 

당시 오 시장은 “취수원 다변화로 강 상류의 수질 오염 사고에 대비하겠다”며, “강 하류와 기수역의 사정을 고려해 고도정수처리를 강화하고 기수담수화 등 다양한 상수원을 확보해 가장 안전한 수돗물 공급 시스템을 갖추겠다”고 밝혔다.

 

이후 2022년 11월, 환경부는 ‘낙동강 하류 지역 취수원 다변 민관협의체’를 발족하면서 합천 황강 복류수와 창녕 강변여과수를 부산과 경남에 공급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합천과 창녕 주민들의 반발로 사업은 난항을 겪으며 ‘답보’ 상태다.

 

하지만 지난해 환경부는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용역 과정에서 계획을 수정해 합천 황강 복류수(19만 톤/일), 창녕(49만 톤/일), 의령(22만 톤/일)의 강변여과수를 개발해 부산과 경남에 각각 42만 톤과 49만 톤을 공급하기로 했다. 이는 부산의 하루 식수와 생활용수 수요량(95만~100만 톤)의 절반을 차지하는 양이다.

 

이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강변여과수 개발, 광역상수도 관로 설치 등이 필요하다. 약 2조 4,959억 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 추산된다. 해당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2026년 착공, 2028년에 완공한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맑은 물 공급의 쟁점은 무엇인가?

 

지역 주민들은 취수로 인한 농업용수 부족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애초 환경부는, 강변여과수로 취수할 경우, 취수지역의 수위가 약 7m 정도 낮아질 것으로 발표했고, 이에 주민들은 농업용수 확보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반발했다.

 

이에 대해 한 지역 주민은 “사실 환경부가 당초에 수위가 7m 낮아진다고 했는데, 취수원 다변화 등을 통해 다시 발표한 바에 따르면 3m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전문가들에게 자문해 보니 이 정도 수위 변화로는 농업에 아무 영향도 없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지역 주민들의 머릿속에는 7m만 들어있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제대로 조사해서, 3m라고 발표했다면 어땠을까. 참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지역 주민들이 바라는 것은 단순하다. 농사에 피해가 없게 해달라, 혹시라도 피해가 발생할 때 어떻게 보상해 줄 것인지 명확히 해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환경부의 입장은 뚜렷하지 않다. 현재 알려진 바로는 농업에 지장이 있을 때 지하수를 개발하겠다는 것 외에 구체적인 피해 대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물을 공급할 의사가 있지만, 주민 동의가 없는 물 공급은 불가”하다며, “환경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용역 결과를 상세히 전하고, 피해가 없도록 개선책을 마련, 제시해야 한다”며, 취수지역 주민 동의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부산시와 의령군 간의 물 상생 협약이 무산된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주민 동의’ 문제다. 협약이 무산됐을 뿐만 아니라, ‘낙동강 유역 취수원 다변화 특별법’도 발의 일주일 만에 무산됐다. 이 모든 것이 주민과의 동의 절차 없이 추진되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지적이 많다.

 

‘주민 동의’, 누가 어떻게 받아야 할까?

 

이번 물 공급 사업과 관련하여 ‘주민 동의’의 주체는 환경부다. 의령군에 따르면, 2021년 환경부는 ‘낙동강 통합물관리 방안’을 의결하면서 지방정부와 함께 낙동강 수질개선을 위한 대책 마련에 있어 주민 동의를 구하는 것을 원칙으로 명시했다. 부산시 역시 주민 동의는 환경부가 구체적인 기준과 방법 및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환경부는 ‘주민 동의’ 문제를 해당 지자체에 떠넘긴 상황이다. 실제로 환경부는 주민설명회를 개최한 의령군을 제외하면 합천군, 창녕군 주민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는 개최하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경남도와 부산시를 비롯한 해당 지자체들은 환경부의 주민 동의 절차만을 기다리고 있다. ‘주민 동의’의 방법과 절차를 놓고 환경부와 해당 지자체 간에는 전혀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맑은 물 공급,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정부도, 지자체도, 지역 주민도 모두 낙동강권역에서 가장 하류에 있는 부산시에 맑은 물을 공급하는 것에는 반대하지 않는다. 물을 공급하는 것은 찬성하지만, 물 공급으로 인한 피해만 없으면 된다는 것이 그들의 일관된 입장이다.

 

하지만 문제는 정부와 지자체가 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환경부는 환경부대로, 부산시는 부산시대로, 경남은 경남대로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형국이다.

 

피해 대책과 주민 동의. 이 마지막 단계를 넘지 못해 낙동강 맑은 물 공급이 지연되고 있다. 과연 어떤 피해 대책으로, 어떻게 주민 동의를 받을지, 누가 먼저 나서서 ‘물 문제’ 해결의 물꼬를 틀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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